분류 전체보기 (198) 썸네일형 리스트형 [스크랩] 벌레 먹은 나뭇잎 / 이생진 벌레 먹은 나뭇잎 이생진 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예쁘다. 귀족의 손처럼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한 것은 어쩐지 베풀 줄 모르는 손 같아서 밉다 떡갈나무 잎에 벌레 구멍이 뚫려서 그 구멍으로 하늘이 보이는 것은 예쁘다 상처가 나서 예쁘다는 것은 잘못인 줄 안다 그러나 남을 먹여 가며 살았다는 흔적은.. [스크랩] 가시 / 남진우 가시 남진우 물고기는 제 몸 속의 자디잔 가시를 다소곳이 숨기고 오늘도 물 속을 우아하게 유영한다 제 살 속에서 한시도 쉬지 않고 저를 찌르는 날카로운 가시를 짐짓 무시하고 물고기는 오늘도 물 속에서 평안하다 이윽고 그물에 걸린 물고기가 사납게 퍼덕이며 곤곤한 불과 바람의 길을 거쳐 식탁.. [스크랩] 추억 / 조병화 추억/조병화 잊어버리자고 바다 기슭을 걸어 보던 날이 하루 이틀 사흘 여름 가고 가을 가고 조개 줍는 해녀의 무리 사라진 겨울 이 바다에 잊어버리자고 바다 기슭을 걸어가는 날이 하루 이틀 사흘 [스크랩] 목련꽃 브라자 / 복효근 목련꽃 브라자 복효근 목련꽃 목련꽃 예쁘단대도 시방 우리 선혜 앞가슴에 벙그는 목련꽃송이만할까 고 가시내 내 볼까봐 기겁을 해도 빨랫줄에 널린 니 브라자 보면 내 다 알지 목련꽃 두 송이처럼이나 눈부신 하냥 눈부신 저...... [스크랩] 손톱 깎기 / 하청호 손톱 깎기 하청호 톡 톡 손톱을 깎는다 내 짝과 싸울 때 손톱을 세웠던 마음도 깎인다 동생을 울렸던 모난 마음도 깎인다 톡 톡 내 마음에서 떨어지는 날이 선 마음들 모난 마음들 [스크랩] 귀로(歸路) / 이형기 귀로(歸路) / 이형기 이제는 나도 옷깃을 여미자 마을에는 등불이 켜지고 사람들은 저마다 복된 저녁상을 받고 앉았을 게다 지금은 이 언덕길을 내려가는 시간, 한 오큼 내 각혈의 선명한 빛깔 우에 바람이 불고 지는 가랑잎처럼 나는 이대로 외로워서 좋다 눈을 감으면 누군가 말없이 울고 간 내 마음 .. [스크랩] 대밭에서 / 문효치 대밭에서 / 문효치 유니야, 달이 밝다. 대밭에 가자. 숲이 짙은 대밭은 머리에 가득 달빛을 인 채 구부정하게 허리 굽히고 있다. 유니야, 달빛이 금강물 같다. 대밭에 가자. 어쩌다 바람이 불면 대밭은 머리에 인 달빛을 후울훌 쏟아 털어 버리고 유니야, 우리는 대밭에서 털어져 내리는 금강물 같은 달.. [스크랩] 겨울 저녁 / 정호승 겨울 저녁 정호승 나는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엄마는 큰 가마솥에 깨를 볶으신다 아버지 송아지 판 돈 어디서 잃어 버리고 몇 날 며칠 술 드신 이야기 또 하신다 한 번만 더 들으면 백 번도 더 듣는 돌아가신 아버지 이야기에 부지깽이 끝이 발갛게 달아오르는 겨울 저녁 이전 1 ··· 19 20 21 22 23 24 25 다음